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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 계약서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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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변곡점이 있다면 언제일까.

업무를 마치고 내가 향한 곳은 집이 아니라 사무실이었다. 공유오피스 안쪽에 위치한 한 기업의 대표님과 만나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꽤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순간 엎어질수도 있었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게 아닌지 주저하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머리는 차갑게 마음은 뜨겁게…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내가 내린 결정은 yes였다. 계약서 2부를 나란히 두고, 도장에 붉은 인주를 눌러 뭍힐 때, 약간 울컥했다. 이전 회사에 대한 복수심 내지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계약서에 절반씩 도장이 찍힐 때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반드시 저기 표기된 내 가치보다 나를 증명할거다..!

이직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업무에 대한 만족감과 성장가능성이다. SI/SM 업무를 3~4개월 간 경험하면서 도전과 목표의식이 흐릿해져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해진 업무만을 잘 수행하면 되는 곳에서 ‘왜?’라는 생각은 쉽게 힘을 잃었다. 때로는 동태눈깔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자긍심 강한 내 자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나쁜 습관은 빨리 물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정말 그렇게 되어가는 내 모습을 보았다. 일에 대한 불만이 사람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부끄러웠던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 그도 그럴것이, … 라면서 불평 불만을 쏟아낼 순 있지만 이직을 앞두고 좋은 기억들로만 남겨두고 싶다. 대신 ‘각자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만큼은 있는 곳에서 일해야겠다는 확신은 얻었다.

이직에 큰 도움이 되었던 점도 분명있었다. 백엔드가 취업이 잘된다.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에 백엔드 스택만 쌓았었는데, 프론트 개발을 경험할 수 있었다. React 업무만 잔뜩한 덕분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지원할 수 있었다. 기껏 뽑아놓고 속였단 생각을 지울 수는 없지만, 어물쩡 프론트엔드 업무를 담당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직을 앞두고 면담을 진행하면서, ‘저 때는 프론트 / 백엔드 구분이 따로 없었어요’라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비자발적 풀스택이 꽤 높은 경쟁률을 뚫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 이직하는 회사는 스타트업, 서비스 회사이다. SI에서는 내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상태로 코드를 꿰메어가면서 개발을 진행해야했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보니 힘을 얻지 못하고 지쳐버렸다. 그에 반해 새로운 도화지에 코드를 한줄씩 쌓아 올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SS, Javascript, React 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모듈화를 신경써볼 수 있을 것 같고, 나중에는 Next.js, Flutter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새롭게 작성하는 코드들이 내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코드를 작성하고 정성스럽게 가꿔나가보고 싶다.

더불어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블로그를 다시 관리해볼까 한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도전해본 순간들과 사수 없이 고생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기록해보고 싶다. 목표하는게 있다면 잘 쓰기보다 많이 그리고 꾸준히 쓰는 것이다. 계약서에 도장이 찍힐 때 각오했던 바 대로, 내 가치를 잘 증명해나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되었으면 좋겠다.